하마는 물을 먹고 비트코인은 전기를 먹습니다. 비트코인 채굴을 위한 장비와 채굴 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냉각 장치를 가동하려면, 상당한 양의 전기가 필요하거든요. 비트코인뿐만이 아닙니다. 암호화폐 보상을 향한 채굴 경쟁이 필연적인 상황 즉, 합의 알고리즘으로 작업 증명(PoW) 방식을 채택한 블록체인이라면, 그 무엇이라도 상당량의 전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실제로 2022년 7월 기준, 케임브리지 저지 비즈니스 스쿨의 연구 기관인 The Cambridge Centre for Alternative Finance(CCAF)에서 발행한 비트코인의 총 전기 소비량은 아래와 같습니다. 비트코인 채굴 경쟁이 심화되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최근까지의 전기 소비량을 한눈에 볼 수 있어요.

- 비트코인의 총 전기 소비량(출처: CCAF)

이를 토대로 2021년, 뉴욕타임스는 1년간 비트코인 채굴에 소모되는 전력이 91 TWh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숫자만 보니, 감이 잘 안 오시죠? 이는 핀란드의 한 해 전기 소비량보다 많은 수치라고 해요!

그래서? 전기를 많이 쓰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데? 궁금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전기는 화석 연료로부터 만들어져요. 석탄 및 천연가스 등 화석 연료에서 발생한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거죠! 이 과정에서 대기오염의 주범인 일산화탄소, 질소 산화물 등의 유해 가스가 발생합니다. 쉽게 말해서 전기를 사용할수록 대기오염이 가속화되는 거예요.

불행 중 다행히도 블록체인 채굴자 포럼, Bitcoin Mining Council에 따르면(2022년 2분기 기준),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sustainable energy)의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합니다. 총 전기 소비량의 약 59.5%가 수력, 풍력, 태양광, 원자력 및 지열 등으로부터 만들어졌다고 해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양의 전력을 사용하고 있다는 건 분명한 문제입니다. 전기는 무한한 에너지가 아니기 때문이죠!

따라서 작업 증명 방식을 채택하고 있던 또 다른 블록체인, 이더리움은 특별한 선택을 했습니다. 바로 합의 알고리즘을 지분 증명(PoS)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인데요! 이더리움 전력 소모를 약 99.95%까지 줄일 수 있는 과감한 업데이트, 그 유명한 The Merge(병합, 이하 더 머지)를 소개합니다!

• 작업 증명(PoW)과 지분 증명(PoS) 자세히 알기! 👉 블록체인, 믿을만한 거 맞아?

⚙️ 이더리움의 과감한 업데이트: The Merge!

기존의 이더리움 메인넷은 작업 증명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습니다. 더 머지는 이 메인넷을 새로운 블록체인과 합치는 작업인데요! 2020년에 이미 만들어 두었던 지분 증명 방식의 블록체인, 비콘 체인(Beacon Chain)을 메인넷과 결합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제부터 이더리움 메인넷을 실행 레이어(Execution Layer), 비콘 체인을 합의 레이어(Consensus Layer)라고 부를 거예요. 그리고 실행 레이어와 합의 레이어의 만남을 더 머지라고 부를 겁니다. 갑자기 헷갈리기 시작하죠?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볼게요. 이더리움의 더 머지는 작업 증명 방식으로 운영되던 실행 레이어를, 지분 증명 방식으로 운영되던 합의 레이어에 삽입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참고로 이더리움 2.0(Ethereum 2.0)은 더 머지를 통해 업데이트된 이더리움의 별명이라고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아요.

- The Merge(출처: ethereum.org)

결론적으로 더 머지 이후 실행 레이어는 합의 레이어 안에 위치하고, 지분 증명 방식으로 운영되던 합의 레이어가 이더리움 전체 체인을 운영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더리움의 합의 알고리즘이 작업 증명 방식에서 지분 증명 방식으로 넘어가게 되는 거예요! 하지만 여전히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및 가스비 처리는 내부에 있는 실행 레이어가 담당한다고 합니다. 블록체인 운영에 필수적인 블록 생성만 외부에 있는 합의 레이어가 담당하는 거죠! 더 머지는 이더리움 메인넷 즉, 기존의 데이터는 그대로 유지한 채 블록 생성을 위한 합의 알고리즘만 바꾸는 과정이에요. 그러니 이더를 보유하고 계신다면, 안심하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연간 약 112 TWh의 전기를 소모 중인 이더리움은 더 머지를 통해 0.01 TWh로, 그 양을 확실히 줄여 나갈 예정입니다. 이에 더불어 확장성과 안정성도 확보하게 될 전망이에요. 아래는 지분 증명 방식으로 전환한 후 이더리움의 예상 전기 소비량을 유튜브, 넷플릭스 및 비트코인 등과 비교한 표인데요. 눈에 띄게 줄어들 이더리움의 수치가 인상적이죠?

- Ethereum energy consumption, 2022년 6월 기준(출처: ethereum.org)

더 머지는 2022년 3/4분기, 정확히는 9월 19일 완성을 목표로 열심히 나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8월, 마지막 테스트 환경 네트워크 병합(Goerli, 골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한층 더 가까이 다가온 더 머지의 시대! 하지만 언제나,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죠? 더 머지의 완성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고 하는데요!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난이도 폭탄(Difficulty Bomb)입니다.

💣 난이도 폭탄? 난이도를 터트려?

네, 맞아요! 난이도 폭탄은 말 그대로, 난이도를 '팡!' 터트려서 굉장히 어렵게 만드는 작업을 말합니다. 이더리움 채굴자가 블록 생성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될 때까지, 해시값 도출의 난이도를 기하급수적으로 높이는 거예요. 기존의 작업 증명 방식에 익숙한 채굴자들이 지분 증명 방식을 거부하게 되는 경우를 대비하여, 자연스럽게 블록 생성이 불가능해지도록 한 조치라고 합니다.

사실 난이도 폭탄은 2022년 6월에 진행될 예정이었어요. 하지만 더 머지를 진행 중인 이더리움 개발자들의 제안으로 2달가량 미뤄진 상태입니다. 난이도 폭탄의 진행 시기가 너무 빠르면, 더 머지가 완료되기 전에 이더리움 체인이 멈춰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래요!

⚙️ 더 머지가 끝이 아니야: Sharding!

그런데요 여러분, 알고 보면 더 머지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이더리움은 더 머지 이후에도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계획하고 있거든요! 대표적인 것이 The Surge라고도 불리는 샤딩(sharding)입니다. 샤딩은 하나의 데이터 베이스를 여러 개로 조각내어 분산 저장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이더리움은 네트워크의 부담을 줄이고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고자 샤딩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더리움의 샤딩은 2023년에 예정되어 있어요. 샤딩을 위해서라도, 더 머지의 성공을 응원하겠습니다!

이더리움은 더 머지를 선두로 더 큰 생태계 확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더 머지의 진행 과정을 살펴본 소감이 어떠신가요? 개인적으론 작업 증명 방식이 전기를 남용한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수용할 뿐만 아니라, 확장성과 안정성까지 고려하며 더 큰 발판을 마련하려는 이더리움의 야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으로 블록체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며 충분히 제 몫을 해냈다고 생각한 이더리움인데, 역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의 머릿속은 우주보다 깊고 더 넓은 것 같아요. 음... 솔직히 좀 멋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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