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암호화폐 은행(Crypto Bank)이라고 들어보셨나요? 🏦

이름에서부터 눈치채셨겠지만, 암호화폐 은행은 암호화폐와 은행이 더해진 개념입니다. 그럼 먼저 은행이 어떤 기관인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겠어요.

전통적으로 은행은 법정화폐 즉, 돈을 보관하고 빌려주는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암호화폐 은행은 법정화폐 대신 암호화폐를 위한 은행인 셈이에요.

🧐 암호화폐 은행이란?

- 출처: Freepik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서 발간한 「스위스 크립토 뱅크의 도입과 시사점」에 따르면, 암호화폐 은행은 암호화폐를 대상으로 예금, 대출, 이체, 인출 등의 은행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투자 상품 및 담보 대출 등을 통한 유동성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암호화폐 은행이 가장 활발하게 구축되어 있는 곳은 스위스입니다. 독일과 미국 뉴욕 주에서는 암호화폐 사업자 라이선스를 발급받으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요. 미국 와이오밍 주에서는 SPDI(Special Purpose Depository Institution) 라이선스를 발급받아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요.

관련해서 미국의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Kraken) 역시 SPDI 라이선스를 토대로 자체 은행을 출범할 예정입니다. 심지어 세계 최초로 이 라이선스를 취득했다고 해요! 😲

🧐 암호화폐 은행이 하는 일

전통적인 은행은 계좌 관리나 대출 등 돈과 신용을 관리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암호화폐 은행의 키워드는 투자예요. 암호화폐가 보통 투자 대상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암호화폐 은행 역시 이 기능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암호화폐 은행 한 곳을 살펴볼까요? 캘리포니아 기반의 실버게이트 은행(Silvergate Bank)은 대표적인 암호화폐 은행 중 한 곳이었습니다. 본디 암호화폐 은행을 표방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2013년, 당시 CEO였던 Alan Lane의 비트코인 투자를 계기로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사용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실버게이트 은행은 SEN이라고 불리는 실버게이트 거래소 네트워크를 운영했는데요. 이는 암호화폐 거래소와 기관, 그리고 일반 고객들이 암호화폐를 달러 및 유로 등의 법정화폐로 실시간 교환할 수 있는 결제 네트워크입니다. 따라서 다수의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SEN을 이용했어요. 그 덕에 작년(2022년) 3분기에는 무려 120억 달러의 예금을 보유한 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SEN과 투자는 어떤 관계일까요? 암호화폐에는 장 마감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24시간 투자를 할 수 있다는 말이죠. 반면에 은행은 정해진 운영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24시간 암호화폐를 화폐로 교환할 수 있는 SEN의 등장은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었을 거예요. 🤓

🧐 그런데 파산을 했다고요?

이렇듯 새로운 자산의 출현과 함께 전성기를 맞은, 아니 맞은 줄 알았던 실버게이트 은행. 그런데 최근, 이 실버게이트 은행이 대관절 파산을 했다라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2019년, IPO를 했을 만큼 잘나가던 실버게이트 은행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 출처: Freepik

파산의 근원은 또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 FTX였습니다. 실버게이트 은행이 파산하기 앞서, FTX가 파산했거든요. FTX 파산 사태에 대해선 한 번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한때 촉망받던 암호화폐 거래소가 사실은 대 사기극의 도구였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어요. 심지어 암호화폐 시장도 좋지 않은 시기였어서, 그 여파는 실로 어마어마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실버게이트 은행이 뱅크런(Bank Run)을 겪게 되었거든요.

뱅크런이란, 은행의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말합니다. 은행에 돈을 맡긴 예금자들이 동시다발적인 출금을 요청함에 따라 은행의 자금이 메마르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즉 파산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죠. 실버게이트 은행의 작년 4분기 손실은 10억 달러(약 1조 3,175억 원)에 달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0-K(미국의 상장 기업이 매년 제출해야 하는 기업 실적 리포트)를 제출하지 못하게 되면서 실버게이트 은행의 평판은 더욱 악화되었어요. 그렇게 실버게이트 은행의 영광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한순간이었죠. 😨

암호화폐 은행의 파산은 실버게이트 은행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뒤이어 시그니처 은행(Signature Bank)도 폐쇄되었거든요. 이들은 새로운 자산에 남들보다 빠르게 대응하며 암호화폐 은행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기관을 탄생시켰습니다. 게다가 굉장한 성공을 거두며 앞으로 은행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였죠. 하지만 모든 일엔 양면성이 있는 법. 빠른 성장 이면에 내재된 암호화폐의 불안정성 또한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암호화폐 은행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실패를 발판 삼아 더 건강한 방향으로 재정비를 하게 될 것 같아요. 암호화폐가 사라지지 않는 한, 시장은 이 새로운 자산을 안전하게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해서 강구해 나갈 것입니다. 분명 그럴 거예요. 😎

* * *

💡 본 콘텐츠는 특정 투자 자산 또는 종목에 대한 추천 또는 권유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모든 투자 및 출자 의사결정은 전적으로 투자자 자신의 판단과 책임이며, 어떠한 경우에도 본 자료는 투자자의 투자 및 출자 결과의 법적 소재에 대한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 본 콘텐츠의 무단 복제 및 배포는 엄격히 금지합니다. (c) 2023. (주)페어스퀘어랩. all rights reserved.